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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T기획팀

달리는 택시에서 마케팅을 배우다.

여러분들은 택시를 이용한 출퇴근을 종종 하시나요?

전날 과음을 했거나, 출근날씨가 아주 안 좋을 때 전 종종 택시를 타고 출근할 때가 있습니다^^ 다행히 회사와 집이 가까워서 차비가 많이는 안든답니다. (아마도 그렇기에 점차 이용빈도가 늘어날지도!)

오늘은 전날 세게 했고, 날씨도 덥고, 짐도 있던 터라 고민없이 택시로 출근하기로 했지요. 언제나와 같이 택시를 잡고 주행 간에 평안히 넋빼고 있는데, 운전석 헤드레스트에 아래 손글씨로 쓰신 노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은근히 예쁘시거나 보면 볼수록 매혹적인 여인은 특별히 10%(미인세)를 요금외에 더 내셔야 합니다.(기본 1,000원)"

솔직히 보고 비웃음이 나왔지요. 지긋하신 나이의 기사님께서 치기어리신(?) 장난을 하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출근길 정체가 조금 있다보니, 지루하던 참에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우선 여러분이라면 승객이라면 미인세를 내시겠습니까? 전 안낼 거 같아요. 여자도 아니고 매력스타일도 아니지요^^ 그러나 기사님의 말씀은 실로 놀랍습니다. 즐거워하며 기꺼이 지불하시는 승객분들이 너무도 많다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분들이 그리 즐겁게 세금을 내실까요? 가장 빈번한 케이스는 바로 늦은 저녁 귀가(?)를 위해 택시를 탄 선남선녀! 작업중 또는 썸타는 중인 듯, 동승한 아리따운 여성분을 위해 기꺼이 미인세를 내준다고 합니다. 미인세 조금 내고 사랑을 싹 틔우는 건가요? 또 "제 여친 이쁘지요?"라고 넉살좋게 말하며 세금내는 남친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 어머니는 나이가 드실수록 멋져지신다며 애교부리는 아모자손님도, 모임을 나가시는 듯한 장년의 부부도 와이프를 위해 기꺼이 지불한다고 하네요. 상상해보니 뻔히 보이는 유치한 맛이 있어도 미인세가 왠지 싫지 않을 분위기일 듯.

택시의 미인세라!
기사님의 과거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 알 순 없었지만, 마케터로 보면 정말 멋진 소비자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계신다 생각이 됩니다. 택시라는 애매한 공간의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저렇게 위트있게 즐거움을 선사해줬잖아요. 저 역시 멍때리면서 갈 출근길에 이 택시기사님을 만나 훈훈한 아침을 맞이할 수도 있었잖아요. 결국 운임외에 꽤 의미있는 금액을 미인세라는 계정으로 버신다네요.

반면, 저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어느 순간 내 고객을 포켓으로만 바라보고 있진 안았나 반성이 되더라고요. 예산, 비용에 신경쓰며 ARPU로 귀결되는 지표들 속에 정작 고객이 얻는 가치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어졌더라고요. 고객처럼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 이 바닥의 기본원칙인데 말이죠.

아참! 보조석에는 영어로 쓰신 노티도 있답니다. 중국분, 싱가폴분, 영미권분, 일본분 등등이 타신 적이 있으신데요. 그 분들도 저 노티를 읽고 특유의 위트함으로 미인세들을 내신다고 하네요. (일본분은 100% 예외)

7월의 어느날 아침, 제 게으름을 통해 타게 된 아침 출근 택시에서 젠틀한 기사님에게 한수 잘 배우고 왔습니다.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안전운전하세요~^^ 다음엔 미인세 내려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