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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T/황무지 개간팀

교과서 밖 역사이야기 - 역사e

우리는 우리 역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 역사e의 역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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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전, 100년전, 10년전 '나'와 같은 누군가가 살았고 그런 군상이 모여 오늘의 '나'와 이어지 있다.


나는 종종 EBS에서 생산해내는 양질의 콘텐츠에 대해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수능방송은 빼고...) 

평상시엔 즐겨보지도 찾아보는 뚜렷한 프로그램도 없지만, 간간히 채널을 돌리며 접하는 EBS의 콘텐츠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넋놓고 시청할 때가 비일비재했다. 

아마도 다큐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개인사견도 반영되었겠지만 그런 점들을 떼어내고 생각하더라도 교육, 육아, 건강, 문화 등 EBS 특유분야의 다큐는 참으로 매력있게 느껴진다. 물론 프로그램 하나하나 모두 시청하는 내내 유익한 내용들이 그득할 것이라는 기대심까지 불러일으킨다.

그런 덕인지 EBS의 많은 기획콘텐츠들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아이의 ㅇㅇㅇ', '지식채널e' 등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명한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양서임에는 별 의심이 없으나 이런 류의 책들이 PD들의 부업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풍문을 언듯 들었.....)

아래에 리뷰하려는 '역사채널e'도 이와 같은 궤적을 그린다.


우연한 자리에 참석했다가 선물을 받은 이 책의 첫 느낌은 

'글밥보다 여백이 더 많은 읽기 편한 책' 정도의 느낌이었다. 또한 교과서에 나오는 뻔한 연개기적 기술과 평보단 '뭔가 색다른 시선과 해석이 담겨있을 듯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 정도?


편안히 자리를 잡고 책을 한장씩 넘기면서 점차 분위기가 변해가고 있었다. 사실 예상외의 기분까지.....
시원시원히 읽힐 구성을 띄고 있으나 정작 이 책을 읽어나가는 시간 동안 마음이 절대 편하지 않았다.

맞다. 불편한 진실이었다.
당연히 비관적이고 부정적 내용이 담긴 역사책은 아니다. 또한 책 속의 이야기감은 제도권 교육을 받았으면 누구나 쉽게 알만한 소재이다. 그리고 역사교과서와는 달리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과 당시에 사람들의 이야기 중심의 조명이라는 점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EBS 특유 시선과 스토리텔링 재치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 뒤에는 날카로운 가르침이 있었다. 역사의 무게와 얼굴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나'에 대한 꾸짖음이 구성과 행간에 숨어있었다.

 

그래서 반성한다. 30년 넘게 살아온 나에게 역사는 무엇이었나?
- 시험과목 중 암기로 해결할 수 있는 과목, 또는 지나간 날에 대한 기록 정도였다. 현실과는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치부해버린 책 속의 옛날 이야기였던 것이다. 오늘을 살면서 역사를 돌아볼 이유가 없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였음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역사에 대한 비평/비판과 옭고 그름을 판단하는 철학이 부재된 '과목'. 동시대의 생활상보다 주요 사건의 사실과 기록만 기억하는 '옛 것'

이러한 역사에 대한 치부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맥락은 무시하게되고 fact 중심의 건조함만 남게 되었다. 자신의 느낌과 감상은 없는 줄거리 뿐인 독후감 처럼, 연도별 주요 사건만 기록된 역사연대기표처럼 말이다.

얼마 전 비슷한 맥락으로 SNS에서 회자가 되었던 어느 노교수의 명강연을 인용해 본다. 나의 부족한 지식과 말주변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반성과 함께 우리 역사의 신선한 놀라움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허성도 중문과 교수님의 한국역사의 특수성 강연(링크)

 

 

진부한 표현 일 것이다. '역사는 사람의 기록이며 나의 기록이다.'

 

그렇기에 역사적 fact처럼 중요한 것이 바로 시대상과 우리의 역사관, 그리고 현시대의 가치(철학)이겠다. 깊이 들어가면 너무나 어렵고 머리 아프겠다. 쉬운 예로 설명하자면, 마녀 사냥이 당연했던 과거와 현대의 모습. 약탈의 위한 정복전쟁이 정당했던 과거와 현대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맥락이 빠진 결과론적 기록만으로 역사를 이해할 순 없다. 

즉, 교육과정에서 배웠던 역사, 과목으로서의 역사로는 역사의 맛을 보긴 너무나 부족하다. 더 나아가 시험과목용 과목으로는 그 본질에 접근하기 오히려 방해가 될 정도다. 오해하지 말라, 요즘 새롭게 바람불고 있는 각종 시험에 역사과목을 의무화하는 운동엔 당연히 적극 동감한다. 국영수과에 밀려 역사교육이 도외시되는 풍토는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 제도권 교육에서 암기용 시험과목이 아닌, 논술과 에세이 등으로 역사에 대한 피시험자의 생각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교육수단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 덕분에 10대의 궁금증과 지적 호기심이 생겨났다. 링크한 허 교수님의 강연 전문을 보고 새롭게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싶어졌다. 또한 교과서에서도 대충 가르쳤던(왜 대충 훑었는지는 나이가 좀 들고 근대사를 알게되니 좀 이해가 되더라....) 지난 100년간의 우리나라 슬럼프 역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졌다.



 


 


역사 e

저자
EBS 역사채널e, 국사편찬위원회 (공동기획) 지음
출판사
북하우스 | 2013-03-0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지식ⓔ에 이은 또 하나의 울림, 역사ⓔ2011년 10월부터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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