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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후생부/맛(멋)집에 계란탁! 팀

[을지로3가] 빗물, 눈물이 앞을 가리는 코다리찜! - 우화식당


이쪽 동네가 각종 공구류 소매매장들이 주로 위치한 거리다보니 역세권임에도 불구하고 저녁이 되면 상가의 불들은 대부분 꺼지고 거리의 인적 역시 무척 드물어 집니다. 흡사 영화에서 나올 법한 골목길 다구리의 단골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초행길이라면 혼자 걷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지요.

외형적으론 그렇지만 조금만 용기(?)를 내어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보면 시민들의 애환을 달래줄 수 있는 맛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좁고 으슥한 거리, 시대의 한 켠 뒤로 밀려난 듯한 풍경들 속에 자리잡고 있어 더욱 사람의 향기가 베어나오는 을지로맛집들, 오늘은 그 중에 코다리찜으로 유명한 우화식당을 다녀왔습니다.


허름해도 따뜻한 간판

전화번호 보이시나요? 구 번호대의 흔적에서 주인의 고집이 엿보입니다.




우화식당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골목(아래), 식당이 골목 우측에 위치한 관계로 골목초입에서는 간판조차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입지요건부터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식당, 또는 입소문 듣고 힘들게 찾아와서 감동먹고 가는 식당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씨가 좋고 밝은 때는 이 골목 여기저기에 플라스틱 테이블을 펼쳐놓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찾아갔을 때는 비가 엄청오고 있었지요.
저 앞에 가는 사람 뒤에 가서 칼침놔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의 거리이긴 합니다.

간판이 안보여!! 지도로 보면 쉬울 거 같죠?


저에게 이 식당을 소개해주신 분 역시 저와 같은 느낌을 가지고 갔다가 충분한 검증과 감동을 경험한 후에 저를 이끌어 주셨다고 합니다. 일단 식당을 갔으니 메뉴판부터 까보도록 하겠습니다.
개/봉/박/두/


역시 골목길 맛집 답게 단촐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내공을 뿜어져 나오는 메뉴판(차림표)입니다.


저희는 일단 배부터 좀 채우기 위해서 소고기전, 일명 동그랑땡(제사상에서 볼 수 있는...)부터 시켰지요. 그러나 그것조차 오판이었습니다. "배 좀 채우기 위한" 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주인 아주머님한테 역습을 당했지요. 이게 8천원짜리의 음식이 맞단 말입니까?? 우리집 제사상에서 보던 그것이 아니였습니다. 햄버거 패티 두 장은 붙여놓은 듯한 거대한 소고기전에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군데군데 보이는 매운 고추는 반찬이 아닌 술안주로서의 소고기전을 각성시켜주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요컨데 맛있고 상당히 맵습니다.

 
이 날, 옆 테이블에서 환갑을 넘기신 어르신도 이것을 드시다가 우리보다 먼저 귀가하셨는데요.

주인 아무머님 왈!

음식을 냄기면 되나? 남은 거 내가 다 먹어야해... 어때? 옆에 아저씨가 깨끗하게 먹은거 같은데 이것도 먹어부려!!

라고 하시면서 남은 음식을 저희쪽으로 넘겨 주셨습니다. 여느 식당같으면 숟가락 집어 던지고 나갔을 판이지만 우화식당의 아주머님은 흡사 밥숙가락에 반찬올려주시는 엄마의 포스를 뿜으시며 저희의 안주를 리필시켜주셨습니다. 절대 거부할 수 없었지요. ^^


예상치 못한 소고기전의 공습에 소주를 맞대응하며 정신줄을 놓아가고 있을 무렵, 새롭게 투입된 코다리찜! 그맇지요. 저희는 사실 오늘 코다리찜을 먹기 위해 이곳을 온 것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코다리찜 등장이요!! (사진 상단에 보이는 아직도 수북히 남아 있는 소고기전 ㅡㅡ;)
 
코다리찜 역시 상당한 포스를 품어내고 있습니다. 콩나물, 미나리의 향과 아주머님의  특제양념, 식당 특유의 향이 어울려서 저희의 정신을 수없이 구타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맵고 맛있었습니다. "술은 단지 거들 뿐!" 이라는 경지에 오를 수 있게 정신없이 먹어대기 시작했지요.

일행 분에게 들은 말로는 여기 사장님부터가 강한 포스를 가지고 계시다고 하네요.
일례를 들자면, 손님의 안주추가 요구를 잘 받아주시기 않는다고 합니다. 이상하지요? 음식점에서 주문을 받지 않는다니까요? 둘이 먹어야 뻔히 남길 것 같으면 그것을 인정할 수 없기에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아니하신다 합니다. 또한 음식이 맵거나 해서 콩나물이나 미나리 같은 나물을 추가해도 절대 내주시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것은 당신께서 제조하신 음식의 황금비율을 나물이 추가됨으로서 깨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어찌되었던 상당한 곤조의 사장님.... 그렇기에 제 카메라에 담지도 못했습니다. 마음만 굴뚝! ㅠㅠ



저희 배는 이미 full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비를 뚫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으니 용기를 내어 안주를 하나 더 추가해봤습니다. 한 여름만 아니였어도 굴전이나, 생굴보쌈을 먹어봤겠지만 계절 땜에 포기하고 그래도 친근한 두부김치를 추가!

두부 한 모를 과감히 4등분해서 내어주신 모습이 다시 한번 포스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맛 역시 기가 막히게! 이 때쯤은 이미 막거리를 먹고 있었습니다. 사진 위에 보리밥이 보이시나요? 포커스가 나가긴 했으나 산처럼 쌓아주시는 보리밥으로 갖은 양념들과 비벼서 막판에 마무리를 할 수 있습니다.

희한하게 한 1~2년 부터 인근 단골들만 왔던 식당에 낯설은 젊은 손님들이 찾아본다고 하십니다. 아마 맛집으로 소문하고 그것을 보고 온다라는 사실을 크게 염두하시지 않는 듯 하시네요. 그 뒤에 한마디가 또 예술이십니다.

사람 많이오면 뭐해! 나만 피곤하지~뭐!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해하며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식당 사장님의 모습에서 정겨운 어른의 모습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이 날이 인사청문회로 이 사회의 지도층에 대해 많은 염증을 느끼게 해준 날이었는데요. 이처럼 가졌으나 부족한 자들과는 달리, 못 가졌으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식당의 사장님... 운치있는 대구를 느끼며 한잔 두잔 기울였습니다. 굳은 날씨에 비범벅이 되고, 매운 음식에 눈물 콧물 다흘리며 염치없이 먹었지만 뿌듯한 탐방으로 기억남은 우화식당!

을지로 가실 일이 있다면 한 번 들려보세요! (참고! 화장실은 쥐약입니다. 예상되시죠?^^)

우화식당을 잘 소개해주신 다른 분의 포스팅도 추천합니다.
동글동글한 계란군 블로그 : http://www.gromit.co.kr/1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