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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T/사교육 대책팀

10여 년 전 수능 이야기

 
 
매년 수능날처럼 하루종일 시끌벅끌한 날이 또 있을까요?
바로 오늘이 귀여운 동생님들이 중요한 시험인 수능을 치는 날이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대한민국 학생들이 오늘을 위해 지난 10여년을 공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날이지요ㅜㅜ 인생의 큰 관문을 지나는 날?

학교를 떠나 나이가 조금 들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수능에 대한 준비와 결과가 이토록 중요한지 요즘에서야 부쩍 체감합니다. 과거 수험생의 입장에선 왜 그리 철없고 무지하게 행동했는지 후회가 마구마구 되네요.

이렇게 말하는
저는 99학번, 일명 평화의 상징 비둘기 학번입니다. 고로 수능을 1998년도에 보았지요^^

10년전 그 당시의 수능, 그 날에 대한 몇 가지 추억을 더듬어보려 합니다.


수능 한파
수능에 관련된 많은 파생어들이 있지만 그 중 수험생 모두들이 공통으로 공감하는 것이 수능한파가 아닐까 합니다. 정부당국도 수험생들에 대한 배려로 수능한파를 피해 점점 수능일을 앞으로 당기는 액션을 취하기도 했지요.

근데 정말 매번 수능일이 추웠을까요?
제 생각은 올해 수능은 사실상 수능한파가 가장 적용되지 않는 해가 아니였을까 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비교적 따뜻하더라고요. 살을 에이는 추위는 아니였죠.

수능한파 없지만 바람불어 다소 쌀쌀
12일 날씨 : 수능 한파 없지만 '심술바람'

제가 수능을 봤던 과거의 경우를 보면, 딱 저의 시즌이엇던 98년이 최악이었군요.

물론 2000년대로 와봐도 기록된 기온을 봐도 사실 큰 추위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기상청에서 쉽게 확인가능합니다^^)
그래도 수능날은 일단 춥습니다. 몸도 마음도...
왜 이 날은 항상 춥고, 바람이 불며, 몸을 움츠리게 만들까요?^^
정말 미스테리입니다.



예비소집 = 98년 첫 눈
또 재미있는 것이 98년 수능 예비소집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그 해의 첫 눈을 맞이 하였단 것이죠. 지금 생각해보니 많은 연인들은 첫 눈이 가지고 있는 로망으로 즐거워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수험생이었던 저는^^ 글쎄요. 그렇게 좋은 기분은 들지 않더라고요. 기상청 자료를 보니 이 날 날씨를 소낙눈이라고 기록하고 있군요. 푸근한 느낌의 첫 눈이 아닌, 갑자기 막 떨어진 물눈(?)같아서 광경을 즐기기보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겠단 생각만 들더라고요.



수능날 새벽에 일어난 우주쇼(1998.11.18.)

위키에 있는 사자자리 유성우 설명
자세한 설명은 위키를 봐주시고요^^ 요약 부담.. ㅋㅋ  

중요한 건 그 날에 일어난 저의 광기입니다. 예비소집을 마치고 돌아와서 심기일전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데, 9시 뉴스에서 수능관련 소식과 함께 새벽에 일어날 우주쇼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제 기억에 우주쇼 예상시간이 새벽 2~3시 정도 였던 듯 합니다.


우린 완전 환호했죠!!!(전 기숙사 고딩이었습니다.) 자!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 이건 성전이댜! 성스럽게 새벽까지 기다려야 하며 하늘을 우러러 떨어지는 유성우들을 보며 수능대박기도를 해야한다는~~~ 이상한 광기에 우리 기숙사에 퍼지고 있었지요. 저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사실 그 광기를 열심히 전파했습니다.)

미친 듯 새벽까지 잠 안자고 친구들과 수다와 고스톱으로 지세우다가 마침내 약속의 시간에 다달았습니다. 기대고대삼대하던 유성우 우주쇼를 기다리며 하늘을 보고 있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수능일 기온을 보셨죠?^^ 정말 어마어마하게 춥더라고요. 울 학교가 산속에 있는 기숙학교라 도심지보다 훨씬 춥습니다. 5분 남짓 하늘보다 바로 들어왔습니다. ㅠㅠ

담 날 수능셤이요? 졸려 죽는줄 알았습니다. 등 짝에 연탄난로..ㅋㅋㅋ
You spin me right round, baby right round.
You spin me right round, baby right round. by c@rljone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ETC.
EBS 교육방송, 배추사려~무사려, 듣기평가 잡음, 난로 옆자리, 내 껏만 죽어라 베끼는 농고생 등등.. 남자들에게 군대추억이 있 듯, 수능세대의 수험생들에게는 수능에 얽힌 자신만은 추억이 다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분명 이상한 구조와 형태로 기형진화하고 있는 현 제도권 교육에서 살고 있지만 그 척박한 환경 틈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공부해나가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부디 좋은 교육자와 정치가들이 우리 후배들은 과거의 전철(부정적이었던)을 밟지 말고 좋은 교육의 기회와 자기의 개성을 살 릴 수 있는 환경에서 공부를 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