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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후생부/웰빙&여가&휴일팀

새벽맞이용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 관람기


늦은 저녁이라고 해야할지 이른 새벽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해가 진 시간보다 해 뜰 시간에 가까웠던 시각. 기계적으로 인터넷을 오가고, 볼만한 영화가 없는지 찾아보다, 그간 IPTV에서 무수한 광고를 보았던 클라우드 아틀라스 (2012) 를 드디어 보게 되었네. 흥행실적이야 찾아보지 않아도 상영기간이나 사람들의 이슈거리의 기억으로 별로 신통치 않았음을 기억하고 있어 PC 안에 있었음에도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렸던 영화다.

그러나 감독도 그렇고, 배두나의 출연도 그렇고.....호기심을 자극하긴 충분했었고 무엇보다 뭔가 굉장한게(컬쳐쇼크?!) 있을 듯한 데 찔끔 보여주는 얄굳은 예고편 때문에 당췌 대 서사시라는데 어떤 판을 벌여놓고 마무리수습을 짓는지 너무도 궁금했다.(막상 영화를 보니 시작 후 5분 내의 편집이 그대로 예고편에 쓰었더라.ㅡㅡ;; 감독이 멋진 건지... 예고편 제작사가 거저 먹은건지 ㅋ)

정확히 감독'들'의 의도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영화 속에 골자가 되는 윤회, 인과응보, 인연, 업보 등의 코드는 동양사람으로서 삶의 한 부분으로 살고 있기에 특별한 새로움은 없었다. 다만 서양사람의 눈에는 우리끼리는 있는 듯 없는 듯 담고 살고 있는 동양사상과 철학에 대해 판타지 요소가 담겨 있는 오리엔탈리즘으로 해석하는 접근이 나름의 신선함이었다. 흡사, 맹인끼리 코끼리를 만지면서 서로 다른 묘사를 하는 듯하다. 우리는 그들보다 좀 더 익숙하고 오래 전에 접했을 뿐이지. 옳고 그름의 판단은 없다.


줄거리나 해석 등등은 여러 포스트(링크)가 있으니 넘어가고 그냥 혼자의 감상만 몇줄 적어본다. 컴컴한 새벽, 거실에서 밖의 잡음없이 몰입했던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둔하고 무딘 나에게 무척이나 섬세함을 안겨준 영화다. 

플롯구성의 복잡성이나 화면 내 공간과 오브제(건물, 책, 배, 해안, 계곡  등)의 미장센의 의미를 찾는 재미도 쏠쏠했으며 특이하게 이 영화에서는 변장한 개연인물들의 등장이 중요한 미장센으로 작용한다^^ (영화에 대해 전혀 사전 정보없이 봤던 터라 거진 한 시간만에 눈치를 했다.) 또한 문어체와 구어체를 넘나드는 대사의 표현력(한국어 자막 ㅡㅡ;)이 아름답고 고풍스러웠으나 그 의미를 화면전환 시간내에서 곱기는 사실 조금 버거웠다. 

또한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6가지 이야기의 짜임(원작 소설은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마다의 각자의 장르와 시대 배경은 빠른 프레임 속에서의  말초신경을 만져주는 액션씬보다 오히려 풍성한 볼거리를 안겨준 느낌이다. 안타깝게도 가족이 잠든 새벽에 보다보니 충분한 볼륨으로 보지 못해서 OST를 듣지 못했다. 6중주 교항곡이 한 테마를 이루는데 이는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이미 다 본 후에 다시 찾아 듣자니 인위적인 접근이라 왠지 손이 안가게 되더라.

당연한 말이겠지만, 흥행성적과 영화성은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영화의 흥행성이나 완성도가 개인 영화기호를 지배하지도 않는다. 대중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을 뿐이지. 난 이 영화가 좋다! 대서사시(스케일 크고 화려한 볼거리는 왠지 극장가서 보라라는 의식의 지배)라곤 하나 난 오히려 이 영화를 집에서 늦은 시각에 홀로 즐긴 것이 무척 행복이라고 생각된다. 요즘은 B급 영화나 눈물짜는 영화, 가족영화말고는 극장보다 집에서 관람한 것이 잘했다라는 느낌을 주는 영화가 드문 편인데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는 정반대이다. 극장에서 처럼 다같이 웃는 포인트에서 웃고 슬플 때 아픔을 느끼는 공감대가 아닌 홀로의 기억과 감성을 관람내내 가져갈 수 있는 영화였다.

정리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책을 앞뒤로 훑으며 찾아 읽는 듯한 호기심
선율좋은 음악을 이어폰이 아닌 정식스피커에서 느낄 수 있는 음감의 풍성함,
그리고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의 길이가 잘 느껴지지 않을 몰입감.
을 선물 받은 영화다~^^